여태까지는 내가 맛있어야 남들도 맛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살았다.
내가 좋아야 남들도 좋을 거라고 생각하고 살았다.

그래서 맛있는 음식을 환자들과 같이 만들어서 먹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.

그런데... 그건 아니었다.
내가,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을 환자들이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.

환자들이 기대하는 음식들이 각양각색, 다 달랐다.
한식, 양식, 중식, 분식, 등등...
채식, 소고기, 돼지고기, 해산물, 국수, 밥, 등등...

게다가 음식을 먹기 어려운 연하장애 환자들도 있었다.
연하장애도 여러 가지, 물 종류를 삼키면 안되는 환자, 죽 종류도 묽은 죽, 된죽만 가능한 환자 등등...

아뿔싸!
게다가 우리는 이런 음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도 없었고 여력도 없었다.

그런데 무식한 자가 용감하다고 밀어붙이기로 했다.
음식 만드는 것 좋아하고 같이 나누어 먹는 것 좋아하는 스태프들이 있기에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.

병원의 영양실의 도움은 처음부터 배제했다.
왜냐하면 영양실의 업무만으로도 너무 많은 로딩이 있었기 때문에 이것으로 그나마 잘 운영되고 있는 영양실을 괴롭힐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.


· 글: 박인선(파크사이드재활의학병원 병원장)